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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문명의 초고도 및 생활 기술

바빌론의 공중정원, 중력을 거스른 건축 기술의 정체

1. 신비로운 전설 – 실재했을까, 상상의 산물일까?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알려진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그 실재 여부조차 논란이 되고 있는 가장 신비로운 건축물 중 하나이다. 공중정원은 기원전 6세기경 신바빌로니아의 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자신의 왕비를 위해 건설했다고 전해진다. 그녀는 메디아 출신으로, 고향의 푸르고 울창한 산들을 그리워하여 왕은 그녀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이 정원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이 위대한 건축물이 실제로 존재했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고고학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공중정원이란 명칭은 하늘에 떠 있는 듯한 정원의 모습을 뜻하는데, 이는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테라스형 구조물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만약 이 정원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이는 단순한 조경 수준을 넘어선 고도의 건축 기술과 수리 시스템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수천 년 전, 사막 기후의 바빌론에서 대량의 물을 높은 구조물로 끌어올려 정원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은 현대 건축가들에게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과연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단순한 신화일까, 아니면 역사 속에서 사라진 고도의 건축 기술이었을까?

바빌론의 공중정원, 중력을 거스른 건축 기술의 정체

2. 고대의 수리 공학 – 물을 끌어올린 혁신적인 기술

만약 바빌론의 공중정원이 실존했다면, 가장 큰 기술적 난제는 물을 어떻게 높은 곳까지 끌어올렸는가 하는 점이다. 바빌론은 오늘날의 이라크 지역에 위치하며, 연 강수량이 적고 강수 자원이 부족한 지역이다. 따라서 공중정원을 유지하려면 안정적인 관개 시스템이 필요했다.

역사가들은 바빌론의 공중정원이 나선형 펌프(Screw Pump) 또는 체인 양수기(Chain Pump)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한다. 나선형 펌프는 물을 나선형 관을 통해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며, 체인 양수기는 바퀴에 연결된 용기들이 끊임없이 돌아가며 물을 위로 전달하는 장치다. 이와 같은 기술은 후대 그리스의 알렉산드리아의 헤론이 발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바빌로니아인들이 이미 기원전 6세기에 이러한 기술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시스템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이는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고대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관개 기술의 결정체였을 것이다.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단순한 조경 시설이 아니라, 인류 문명이 수력 기술을 활용하여 자연을 정복하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일 가능성이 크다.

 

3. 테라스형 구조 – 중력을 거스른 건축 기법

공중정원은 이름 그대로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정원’이었으며, 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건축 방식이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이 정원이 테라스형 계단식 구조로 설계되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즉, 여러 개의 돌출된 층이 서로 연결된 형태로, 각 층에는 거대한 식물들이 심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바빌론의 건축물은 구운 벽돌과 아스팔트 방수 처리로 유명했다. 기원전 6세기 바빌로니아인들은 점토 벽돌을 고온에서 구워 단단하게 만든 후, 그 사이를 타르와 같은 방수 재료로 메웠다. 이러한 기술이 공중정원에도 사용되었다면, 수로와 저수조를 통해 물이 건물 내부로 스며드는 것을 막고, 식물들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공중정원이 ‘아치 구조’를 활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치는 무게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며, 바빌로니아 건축에서는 흔히 사용된 기법이었다. 이러한 구조적 설계를 통해 거대한 정원의 무게를 지탱하면서도,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듯한 경관을 연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공중정원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이는 단순한 정원을 넘어 건축 공학적으로도 혁신적인 구조물이었을 것이다.

 

4. 공중정원의 실체 – 신화인가, 사라진 문명의 유산인가?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그 실재 여부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존재한다. 현재까지 바빌론 지역에서 명확한 유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공중정원이 단순한 신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원전 3세기경 그리스의 역사가 베로수스(Berossus)와 후대 로마 역사가들은 공중정원의 존재를 언급하며, 세부적인 구조까지 설명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일부 연구자들은 공중정원이 바빌론이 아니라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Nineveh)에 존재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니네베에서 발견된 문서에는 정교한 정원과 복잡한 관개 시스템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공중정원의 묘사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만약 공중정원이 바빌론이 아닌 다른 지역에 위치했다면, 이는 고대 건축 역사를 다시 써야 할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고고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공중정원의 실재 여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그러나, 바빌로니아인들이 뛰어난 건축 및 수리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공중정원의 전설은 단순한 신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 문명이 자연을 극복하고 혁신적인 건축 기술을 발전시킨 과정의 한 조각일지도 모른다. 미래의 발굴과 연구가 진행된다면, 언젠가는 이 신비로운 정원의 실체가 밝혀질지도 모른다.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단순한 고대 유적이 아니라, 인류가 자연과 건축 기술을 융합하여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도전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실존 여부를 떠나, 이 신비로운 정원은 여전히 많은 연구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며, 현대 건축 기술이 추구하는 ‘도시 속 자연’ 개념의 시초라고 볼 수도 있다. 언젠가 이 위대한 건축물이 실재했음을 증명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